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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와 함께

사진집_여해 강원용 사진 에세이 [사이 너머 between & beyond]

 

사이ㆍ너머 between & beyond

 

여해 강원용의 삶과 현대사의 발자취
 

한국 현대사의 큰 스승, 강원용 목사 5주기 기념 사진 에세이

“우리가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를 지르리라.”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맞서며 인간화와 민주화를 이끌어온 강원용 목사의 삶과 사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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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너머에서 다시 듣는 당신의 목소리

“불안이 우리의 영혼과 운명을 갉아먹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강원용 목사의 이 말이 아직 귀에 쟁쟁한 것은 “우리가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를 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80여 쪽의 책에 담긴 고 강원용 목사의 삶의 기록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당신의 외침, 당신을 통한 우리의 외침이다.

 

기억할수록,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답답할수록 찾아가 매달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없고 우리는 아직도 캄캄한 광야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여해 강원용 목사가 그토록 열망했던 인간화와 평화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우리가 자꾸 그의 발자취를 뒤지며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려 애쓰는 것은 이곳이, 내 안이, 아직도 캄캄한 광야이기 때문이다.

 

강원용 목사와 함께 활동한 많은 지인과 후배들이 모은 후원회비로 기획, 제작된 이 사진집의 발간을 계기로 강원용 목사가 하고자 했던 일들, 폭넓은 사랑, 뜨거운 열정을 우리 모두 이어받아 ‘여해와 함께’ 동행하기로 결의하고 노력하는 계기로 삼고자 이 사진집을 출간한다.

 

5년 전 이 땅을 떠난 강원용 목사는, 당신이 역설로서 보여준 신앙의 모습처럼, 우리의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이끈다. 당신은 언제나 미래 지향적이었고 한순간도 안주하지 않았으며, 시대의 아픔에 직면해 한 번도 고개를 돌리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은 성직자도, 정치가도, 사상가도 아닌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사랑이 어둠을 이기리라는 믿음을 양손에 들고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그 어떤 불의와도 맞선 예언자였다.

 

돌이켜보면, 불과 반세기 만에 눈부신 고도성장을 하면서, 그 숱한 굴레의 순간에서도,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강원용 목사의 땀과 눈물에 빚진 바 크다. 기복신앙의 신봉자들이 왜곡해놓은 신앙의 참모습을 복원하고, 신앙 갱신으로 사회 갱신을 이루어내고자 앞장섰으며, 그 연장에서 크리스챤아카데미를 설립해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대화와 합의로 풀어나가고자 헌신했다. 그러고는 그 스스로 이 땅이 처한 문제를 지구적인 관점으로 확장, 세계와 우리 사회가 소통할 수 있도록 믿음직한 가교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게 강원용 목사가 이끌어온 인간화와평화의 두 축은 지금 우리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사회를 극단으로 휩쓸어가는 불의의 바다가 넘보지 못하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선진화로 다가갈수록 강원용 목사가 남긴 유산은 그 가치가 점점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왜냐하면 강원용 목사가 소망한 미래는 단지 10년이나 20년이 아닌, 신앙의 자기 갱신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이며, 인간회복과 사랑의 완전한 승리까지 불의와 싸우는, ‘지금’ 우리의 모습 안에서 ‘현실화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간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