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새길-인간화] “인간의 상품화와 사회의 시장화"
“인간의 상품화와 사회의 시장화"
때: 2012년 10월 26일(금) 3시~9시 곳: 대화문화아카데미 다사리마당
발제: 홍기빈 소장(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논평: 이종오 교수(명지대, 사회학)
현장 패널: 1) "혼례의 시장화와 배우자의 상품화" 김설아 기자(일요시사)
2) "인간 감정의 상품화" 김태흥 대표(감정노동연구소)
3) "우리시대의 미신, 일터에서 인간에 관한 모든 가치를 제거하기" 장경태 역무원(서울메트로)
1970년대 크리스챤아카데미는 비인간화의 사회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간화', '양극화 해소', '민주화', '중간집단 육성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화 운동을 펼쳤다. 2010년 10월,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오래된 새길, 인간화'라는 기치 아래 인간과 사회의 위기를 다시 논의하였다. 대화는 2011년에도 이어져, “인간화를 위하여?사회적 영성의 모색”, “반생명문화와 인간적 삶의 심리적 조건”, “소통의 역설과 공동체의 위기”라는 주제로 비인간적 현실을 공감하고 해법을 고민하였다.
그 후 몇 달간 모임을 점검하고 기획하면서, 삶과 관련된 더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서 발견되는 비인간화 현상을 한국적이고 자생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한 원칙에 따라 지난 9월에는 '격차사회의 그늘', 10월에는 '인간의 상품화와 사회의 시장화' 모임이 열렸으며, 오는 12월에는 ‘자살, 비인간화의 정점’, 내년에는 '공공영역의 사사화와 과두화', '인성의 피폐화' 모임이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10월 26일에 열린 “인간의 상품화와 사회의 시장화” 모임에서 발제자 홍기빈 소장(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은 ‘좋은 삶’을 위해 화폐를 추구하는 삶과 ‘화폐’를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상품화되는 삶을 대조하면서, ‘좋은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관계가 복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논평자 이종오 교수(명지대, 사회학)는 ‘화폐가 권력과 지배의 수단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화폐가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회경제체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또 다른 ‘안철수 현상’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이어진 현장 패널 발표에서는 혼례마저 시장화되고, 배우자가 상품화되는 현실을 김설아 기자(일요시사)의 결혼정보회사 잠입취재사례를 통해 들어보았다.
두 번째 발표는 김태흥 대표(감정노동연구소)로부터 감정이 상품화되어 이윤추구에 이용되는 현실은 물론 감정노동자들이 당하는 인격살인에 가까운 폭력에 대해서도 들었다. 마지막 발표는 장경태 역무원(서울메트로)로부터 지하철공사의 신자유주의적인 개혁으로 인해 일터에서 인간에 관한 거의 모든 가치가 없어져 버린 아픈 현실에 대해서도 들었다. 대화 참가자들은 각자의 생활영역에서 삶의 정치를 회복하여 상품화와 시장화에 저항하는 ‘사회적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 했다.
위기를 더해가는 비인간적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얽힌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힘이 대화에 있다. 1970년대 선배들이 긴 대화의 결실로 ‘중간집단 육성강화’라는 돌파구를 찾았듯이, 201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후배들을 위해 대화의 힘에 의지하여 난마처럼 얽힌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오래되었기에 더 든든하고 새로 열리기에 더 기대되는 인간화의 길, 그 길을 함께 모색해가길 바란다.